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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 '백야'

감상적 청취 2024. 11. 1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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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일상적이지 않은 '백야'라는 현상은 친숙하지 않기에 어쩌면 더욱 멀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멤버의 변화나 음악적 다양함에 있어서도 이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는 이도 있을터. 하지만 '낯선'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편견을 버리고 '짙은'이 이끌어가는 간결하고 솔직한 대화에 함께한다면 흘러가는 멜로디에 몸을 맡길 만큼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쩌면 혼자이기에 더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낯선 여행을 시작하는 '짙은'과 함께 어둠이 내리지 않는 밤, '백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짙은 EP 앨범 '백야'

 
 짙은의 앨범 중에서도 가장 애정하는 앨범이다. 이 노래를 늦게 알게 되어서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가 지금까지 이 노래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납득하게 되는 앨범이기도 하다. 이 말은, 이 앨범이 그만큼 내게 큰 울림을 선사했으며, 너무 좋아서 이 앨범의 노래를 아껴듣고 싶다는 말이 뭔지 이해하게 되었다. '백야'를 시작으로 'March', '고래', 'A little Bit', 'Moonlight', 그리고 '백야(Piano Ver.)'까지 모두 하나의 작품이다. 이 앨범의 커버까지도 그의 작품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 하나의 작품을 통째로 듣는 것을 좋아한다.
 

[Official Audio] 짙은(zitten) - 백야(White night)

 짙은의 '백야'를 듣다보면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그가 부르는 이 노래가 마치 한 편의 시를 읊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시와 노래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나, 이 사실을 노래로 깨닿는 그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백야'를 들을 때면 한 편의 작품을 본 듯 마음이 충만해지고는 한다.
 
 처음 들을때는 이 노래의 가사가 너무나도 시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노래는 가사만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그 분위기와 감정, 호소력으로도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렇게 이 노래를 찾아 듣는 특별한 순간들이 쌓이다 보니, 이 노래의 의미를 찬찬히 알아가게 되었다.
 
 내가 떠돌고 있는 어둠 속에서, 너를 바라보다 잠이 들었는데 밤이 찾아와도 어둠이 내리지 않는 이 꿈, 백야로 너는 나를 데려왔다. 그 백야는 하늘이 빛났고, 내 떨리는 두 손과 나를 바라보는 너의 그 깊은 미소를 보며 나는 다짐한다. '울지 않을래, 피하지 않을래' 그렇게 너는 어둠 속의 빛으로 내게 머무른다. 날아가는 새들과 길을 묻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모든 것이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둠 속에서 잠든 줄만 알았던 것들은, 꿈 같은 세계, 백야로 빛을 내고 있었다. 너는 그러한 백야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나의 어둠 속의 백야와 같은 빛이 되어준 너, 그렇게 넌 내게 머무른다.
 
 얼마나 소중한 사람을 만나야, 나의 어둡던 삶을 밝게 빛내주는 백야와 같은 세상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일까. 덕분에 나와 같은 청취자들은 짙은 덕분에 '백야'라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짙은이 이 앨범을 듣는 이들에게 선사하는 '백야' 덕분에, 오늘 하루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 받는다. 이 노래를 불러줘서, 정말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내 세상의 모든 것이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줘서, 사실은 빛나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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