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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IU) - 'Last Fantasy'

감상적 청취 2024. 11. 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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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아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오래 전부터 활동을 해온 가수이고, 또 대중의 사랑 또한 많이 받아온 가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아이유가 오랫동안 사랑받아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아이유의 나이가 담긴 노래'라고 생각한다. 10대의 마지막을 앞둔 아이유는 정규 2집 앨범인 'Last Fantasy'를 시작으로 자신의 노래에 나이를 녹여내기 시작했다.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뭐랄까, '아이유도 많이 어렸구나'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소위 말해 소녀스러운 감성과 여린 음색이 아이유가 10대의 종결, 그리고 20대의 시작을 앞둔 기대감을 잘 나타낸다. 그래서 그런지 이 앨범은 리스너까지 꿈과 환상을 품게 만들어주는, 기분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유(IU) 정규 2집 'Last Fantasy'

 
 
 아이유의 정규 2집 'Last Fantasy'는 2011년 11월 29일에 발매되었다. 이 노래가 나온지 벌써 14년이 다 되어가니, 시간이 빨리 흐르는 듯 하다. 이 당시에는 '너랑 나'로 대히트를 치면서 '좋은 날'에 이어 아이유가 국민 가수로 오르게 해 준, 참 감사한 노래라고 볼 수 있겠다. 이 당시에만 해도 '국민 여동생'이라고 불리고, 일명 삼촌팬이 굉장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앨범의 수록곡 중 '삼촌'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 당시의 아이유의 이미지를 앨범에 반영한 듯한 모습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앨범을 '너랑 나'로 기억하고 있을 듯 하다. 사실 'Last Fantasy' 앨범 수록곡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엄청난 뮤지션들과 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정성이 많이 담긴 앨범이며, '너랑 나'만 듣기에는 다른 수록곡들이 너무나도 아까울 정도의 퀄리티이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많이 들었던 노래는 '비밀', '별을 찾는 아이', 'Last Fantasy'이다. 세 곡 모두 겨울 날씨에 잘 어울리는 노래이다. '비밀'을 듣고 있으면 아이유의 비밀스러운 모험을 함께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짝사랑하는 화자의 마음이 가사로 실려있는데, 그녀가 그 나이에 간직할 수 있었던 동화와 같은 사랑을 느낄때면 나도 그 나이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별을 찾는 아이'를 들을 때면 시야가 탁 트인 새하얀 눈밭, 눈꽃, 유난히 날카로우면서도 포근한 바람, 하늘 위에 떠있는 조그만 별, 그 중심에 홀로 서있는 화자가 떠오른다. 이 노래는 그러한 화자에게 축복을 선사한다. '나는 너무나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도, 더 먼 곳에 있다 하여도, 널 바라보고 있어.' 그렇게 별을 찾는 아이는, 마음 한 켠에 자그만한 별을 품고 다시 살아간다.
 

아이유 - 'Last Fantasy' M/V

 
 
 'Last Fantasy'는 이 앨범의 정수라고 부를 수 있겠다. 아이유 노래 중 역대로 긴 곡이기도 한데, 자그마치 6분 9초라는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이 노래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거대한 규모의 오케스트라 편곡이 그 웅장함을 더욱 살려주는 듯 하다. '내가 현실에 한 발짝 다가가려고 할 때, 아직 겁이 많은 나에게 어깨를 내어줄 수 있다면, 천천히 기다려줄 수만 있다면, 넘어지지 않도록 손을 잡아줄수만 있다면, 조금은 현실에 다가가볼게.' 사실 환상에서 깨어난다는 것은 조금은 슬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환상은 너무나도 소중해서, 조금만 더 잠들어 있고 싶고, 아직은 깨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다가오고, 나는 꿈 속에서 깨어날 시간이 다가오게 된다. 그럼에도 화자는 마지막 판타지를 믿기로 결심한다. 현실을 회피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 다가갈 용기를 북돋아준다.

아득한 건 언제나 늘 아름답게 보이죠, 가까이 다가선 세상은 내게 뭘 보여줄까요

 마지막 판타지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화자는, 그러한 모습이 이 판타지를 더욱 아름답게 기억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판타지가 내게 알려주었던 상상, 환상, 호기심 등을 마음 속에 품고 새로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오히려 긍정적이기까지 하다. 결국 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지만, 나에게는 추억할 마지막 판타지가 마음 한 켠에 담겨있으니 말이다. 찬란했던 마지막 판타지를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모두 현실에 살고 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 마음 한 켠에 꿈, 환상을 품고 살아간다. 나에게 있어서 그러한 매개체는 '음악'이다. 이 노래를 부를 당시의 아이유의 나이는, 두려울 게 많은 나이이다. 19세에서 20세로 넘어가는 사실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두려울 수도, 누군가에게는 궁금할 수도 있는 나이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결국 마음 속에 품고있는 마지막 판타지가 있었던 사람과 없었던 사람의 차이인 것일까. 환상은 말 그대로 환상이다.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저 허황된 이야기에 불과할 수도 있으며, 또한 누군가에게는 다가가지 못할 허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실은 오히려 절망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환상은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계기를 만들어준다. 오히려 세상이 아름답지 않아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서라도 살아가야 할 이유가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Last Fantasy'는 찬란했던 10대의 모습을 판타지로 남기고, 앞으로 남은 인생의 여정 역시 그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나아간다. 덕분에, 아이유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자 노력했고, 여전히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자 하는 마음을 음악에 담아내고 있다. 아이유와 같은 아티스트 덕분에, 오늘 하루를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오케스트라만큼 겨울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악기 구성도 없는 듯 하다. 그저 행복할 수 있는,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는 겨울을 만들어주는 아티스트 아이유에게 감사하며, '너랑 나'말고도 'Last Fantasy' 앨범 전곡을 들어보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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