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Velvet(레드벨벳) - 'Chill Kill'
Don’t think about tomorrow
넌 여전히 반짝여
변할 거야 이제서야
눈물이 흘러 얼음을 녹여
이 노래가 듣고 싶어진 것을 보니, 확실히 겨울이 온 것이 실감이 난다. 2023년 11월 13일에 발매한 <Chill Kill - The 3rd Album>은 그야말로 레드벨벳 그 자체인 앨범이었다. 음산한 느낌으로 시작했지만, 갑작스레 밝아지는 후렴구의 구성은 지금까지 해오지 않았던 새로운 레드벨벳이라는 아티스트의 정의라고 해야할까. 개인적으로 정규 앨범에서 새로운 시도를 행한 이 아티스트들의 행보가 꽤나 마음에 드는 편이다.

당시에 티저를 보고 기대한 팬들이 노래를 듣고 예상과는 달라서 당황스러웠다는 의견이 꽤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내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너무나도 극호였던 노래였다. 그동안 '레드' 컨셉과 '벨벳' 컨셉을 번갈아가면서 진행했다면, 이번에는 두 가지 컨셉을 모두 잡고자 하면서도 대중성을 챙기고자 하는 그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본인들의 독창성을 놓치지 않았으며, 음악적 서사도 무척이나 매력적인 곡이다. 갑작스레 밝아지는 전환 때문에 급작스럽다고 느끼는 리스너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구성 덕분에 이 노래의 매력이 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Chill Kill'은 '고요함을 깨뜨리는 사건이나 존재'라는 의미를 담아 새롭게 조합한 타이틀로, 과감한 베이스 무빙과 스트링 선율, 화려하고 몽환적인 신스와 벨 사운드를 중심으로 곡명만큼 극적이고 변칙적인 조화를 이루며 유니크하게 전개되는 팝 댄스곡이다.
가사에는 갑작스레 등장한 'Chill Kill'로 인해 나의 세계과 뒤바뀌어 버린 연애의 서사를 표현, 고요했던 삶이 불완전해진 비극 속에서도 상대를 갈구하며 희망을 노래하는 양면성이 특징적이며, 이러한 '밝은 비극'이 주는 감정선을 따라 다채롭게 변화하는 보컬 연기가 더해져 더욱 확장된 레드벨벳의 음악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밝은 비극.' 'Chill Kill'과 참 잘 어울리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때로 그런 상상을 해보지 않는가. '내 삶이 극적으로 변화하면 좋겠다."와 같은 터무니없는 상상 말이다. 기운나지 않는 삶을 벗어나 갑작스러운 행운이 찾아온다거나, 내 고민거리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그런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일들 말이다. 하지만 삶은 불완전한 바람에 그러한 일이 내게 일어나기를 기대하며 사는 것은 너무나 비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런 상상을 종종 떠올려본다. 이 삶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한다면, 어떻게 이 삶이 유지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암울한 사실이 있다면, 이것은 그저 나의 행복한 상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내 인생에 그리 극적인 이벤트가 발생할 일은 드물다는 사실이다. 그럴때면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벗어나지 못해서, 상상 속에서 극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는 그러한 양면적인 노래, 즉 '밝은 비극'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 남은 희망이 있다면, 이 노래의 끝은 밝은 모습으로 끝났다는 점이다. '변할거야 난 이제야'라고 읊으면서 이 노래는 끝이 나게 되는데, 이에 대한 다양한 추측들이 나올 수 있겠다. 첫 번째는 말 그대로 이는 행복한 상상에 불과했고, 결국 현실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미련을 남기는 것이다. 두 번째는 끝내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현실이 첫 번째 해석일지라도, 나는 두 번째 해석을 믿고 싶은 편이다. 아마 레드벨벳도 그러한 희망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삶이 비록 지루할지라도, 만화같은 삶은 아닐지라도, 극적인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 쯤이야, 썩 괜찮은 상상이 아닐까. 그렇게 해서도 나는 행복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이 곡에 대해서 일반화된 해석을 설명했지만, 더욱 자세한 내용은 아래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KPOP 해석 유튜버이니, 다들 많은 관심 가져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앨범이 정규 앨범인 만큼, '수록곡 맛집'이라고 불리는 레드벨벳의 음악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앨범이다. 그러니 레드벨벳의 진가를 느낄 수 있도록, 그녀들의 정교한 음악 세계로 깊이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한다면 당신은 왜 이 앨범이 평가절하가 되었는지 안타까워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이 음악이 더욱 높이 평가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무튼, 많이 쌀쌀해진 요즘과 같은 날씨에, 한번 'Chill Kill'을 들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