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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장(Stella Jang) - 'I CAN DO THIS EVERY DAY'

감상적 청취 2024. 11. 9.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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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텔라장의 음악에는 참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스텔라장의 음악의 소재는 일상을 다루는 게 많은데, 재치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가사와 음악은 현대인에게 참 많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 노래도 음악적 스타일은 조금 바뀌었을지라도, 일상에 대한 스텔라장만의 결론을 꺼내놓는 다는 것 자체에는 큰 변함은 없는 듯 하다.
 

Stella Jang - 'I CAN DO THIS EVERY DAY' M/V

 스텔라장의 싱글 'I CAN DO THIS EVERY DAY'는 2024년 4월 23일에 발매되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반복되는 일상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힘에 대한 이야기를 재치있는 가사로 표현한 노래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진부해보일 수도 있겠다. 꾸준한 일상을 유지한다는 메시지는 질리도록 들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스텔라장의 노래는 앨범 소개를 보고, 가사를 하나하나 음미해볼 때 그 진가가 드러나는 것 같다. 앨범 소개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있다.

다양한 이유로 지독하게 무기력한 나날이 지속될 때가 있다. 나의 경우, 그 상태를 넘어설 수 있게 하는 것은 거창한 계획이나 원대한 목표 설정으로 얻는 일시적인 동기부여가 아니라 매일의 소소한성취와 그것이 주는 조그만 행복들이었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하찮은 일을 해내며 나를 크게 칭찬할 것이다. 나는 오전에 일어나기, 이불 정리하기, 밥 챙겨 먹기, 먹고 바로 설거지하기 등을 매일 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다!

 

스텔라장의 싱글 앨범 'I CAN DO THIS EVERY DAY'

 
 그리고 나서 다시 가사를 읽어보면, 사실 별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 가사에는 고작 아침에 일어나서 햇빛 쬐기, 가글하기, 콘프레이크 한 그릇 먹기, 계란 후라이 해먹기, 바로 설거지 하기, 이불 정리하기, 샤워하기, 고양이 화장실 치우기, 머리 감기, 이 닦기 등과 같은 내용이 써있다. 그리고 화자는 본인이 너무 자랑스럽고, '나는 이것을 매일 할 수 있다'라고 외친다. 그래서 오히려 이 노래는 그 진가가 드러난다. 처음 읽어볼 때는 별 것 아닌 내용의 가사의 일련으로 보이지만, 사실 알고보면 자신의 일상 속 성취를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은 이 노래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만이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상의 소소한 것조차도 노래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이 모여서 습관이라는 대단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 사실 습관이라는 것이 너무 일상적이어서 무시할 정도의 성취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인간이 행동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사실은, 우리가 사실 엄청나게 대단한 것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단순하게 로봇을 예시로 들어보자면, 로봇은 전문 분야에서 특출난 성과를 보이지,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일상적이어서 어렵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 행동조차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이정도면 우리의 일상에 스며든 소소한 습관들을 성취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스텔라장의 직관적인 가사 역시 현대인들의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이유 같다. 누구나 그 메시지를 이해하기 쉬우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텔라장이라는 가수의 역량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본인이 하고 싶었던 말을 가장 쉬우면서도 절제된 방식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스텔라장의 다른 노래들 역시 처음 들을 때는 가사의 해석이 매우 쉽다. 그러나 그 노래를 계속 듣고, 또 듣고, 시간이 지나서도 들어보면 다가오는 메시지의 깊이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럴때면 '아,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또 해서 나온 가사였구나'하고 느끼며 그녀의 절제미에 다시금 감탄을 자아낸다. 현대인에게 많은 위로를 선사하는 스텔라장의 이러한 음악적 세계관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그녀의 음악적 방향성이 어떻게 향해갈지가 기대된다.
 
 올해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스텔라장이 'Perfect Days'라는 영화 상영후에 공연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 '이 노래를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아마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도 퍼펙트 데이즈라는 영화를 선택한 것이라면, 그 이유는 아마 이 노래에 담겨있지 않았을까.
 

좋은 날은 짧았고
힘든 날은 많았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왔다.
그래도 삶은 나아간다.

Good days were short,
hard days were many.
Yet still we went living on.
Yet still life goes on.

 
 그래도 우리는 살아간다. 일상의 반복, 소소한 성취, 그것이 어쩌면 이 삶을 살아가는 작은 동기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성대한 목표가 수단이라면, 일상의 반복은 명분이 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런 노래를 들려주는 아티스트 스텔라장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내며, 오늘도 글을 작성하는 나에게 "I Can Do This Every Day!"라고 말하며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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