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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담'이라는 노래는 그동안 '이 노래는 꼭 리뷰하고 싶다'라고 생각해온 노래 중 하나이다. 이 노래는 이찬혁의 첫 솔로 정규 1집 앨범 'ERROR'의 1번째 순서인 곡으로, 이 앨범의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는 노래이다. 일반적인 대중음악의 앨범 구성이라고 한다면 타이틀곡과 수록곡으로 나뉘어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노래로 풀어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싱글 앨범이나 미니 앨범을 발매하는 추세여서 그것마저도 느끼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러한 대중 음악의 시류에서 이찬혁의 'ERROR' 앨범은 새롭게 다가온다. 이 앨범에는 하나의 스토리, 즉 이야기가 존재한다. 앨범 속 '이찬혁'이 어떤 사고를 겪고 나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이야기 말이다.
사실 이찬혁이 앨범 속에 어떠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악동뮤지션의 '항해' 앨범은 이찬혁의 '물 만난 물고기'라는 책을 통해 '항해' 앨범에 대한 내용이 담아내며 그의 가치관과 함께 '항해' 앨범의 이야기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항해' 앨범과 다른 점은 분명하다. '항해' 앨범만으로는 이 앨범의 '이야기'가 있다고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물 만난 물고기'라는 책을 읽은 사람들 중에서도 '항해' 앨범에 대한 보충 설명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에 반해 'ERROR'는 이 앨범만 가지고도 충분히 앨범 속 '이찬혁'이 어떠한 사건을 겪고,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어떠한 이야기가 완성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앨범 소개글부터 앨범의 사운드, 곡명, 가사, 곡 순서 등을 모두 조합한다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앨범의 이야기의 시작의 문을 여는 '목격담'은 'ERROR' 앨범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빠져서는 안 될 노래이다. 그 이유는 앨범 소개글에서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다.
[ERROR]에 담긴 총 11곡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그 특유의 솔직한 감성과 철학적 사유, 유기적 구성이 돋보이는 가운데 삶에 대한 태도와 심리적 변화를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이야기는 어떤 사고(事故)로부터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이찬혁은 과거에 대한 후회, 현재에 마주한 모순, 그리고 미래를 향한 욕망을 날 것 그대로 담아냈다.
- 이찬혁 'ERROR' 앨범 소개글 中 -
이 앨범은 곡 순서대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 이야기의 시작, 즉 어떤 사고(事故)가 발생하는 그 순간을 담은 노래가 바로 '목격담'이라는 것이다. 곡 제목부터 유추해볼 수 있는 내용은, 일반적으로 본인의 사고를 본인이 '목격했다'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목격담'이라는 말에서부터 유츄해볼 수 있는 것은 사고를 겪은 이찬혁을 본 한 행인이 화자이거나, 아니면 이찬혁이 사고를 겪은 이찬혁을 자신과는 다른 대상으로 분리시키고 있거나. 두 해석 모두 충분히 괜찮은 해석이 될 것 같다. 그러면 이제 가사를 한번 확인해보자.
빛이 확 하는데
펑 하더니 superman이 되었어요
커다란 소리가 나더니
막 웅성웅성했어요
이찬혁이 사고가 나는 모습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빛이 확 하는데 펑 하더니 superman이 되었다'라는 말은 마치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모습을 묘사한 듯 보인다. 아무래도 사고가 났으니 사람들이 모인 듯 하다.
처음에는 아무도 몰랐는데
자세히 확인해 보니 TV의
악뮤 걔잖아 TV ooh
악동 걔잖아 뮤지션
Ambulance 911 Police ooh
불러 잠깐만 찰칵
처음에 사람들은 '이찬혁'이 사고가 나서 모인 것은 아닌 듯 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악뮤 걔', 이찬혁이었던 것이다. 아마 뮤지션은 악동뮤지션을 말하는 듯 하다. 일단 모인 것은 사고가 났기 때문에 모였으니 119, 경찰을 불러야 할 것이다. '잠깐만 찰칵'은 사람들이 모인 이유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일반적인 해석은 '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보다 유명인에 초점이 가는 현대인의 모습, 생명보다 유명세에 가치를 두는 모습'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한번 해석해보았다.
사고 = 대중에게 좋지 않은 평가, 희화화, 또는 이찬혁이 느끼는 모순된 감정
ex) '악동뮤지션 노래 별로다', '이찬혁 GD병 걸린 것 같다', 이찬혁과 이수현의 서로 다른 음악 가치관 등
사람들이 모인 모습 = 음악을 평가하는 모습 = 음악 평론에 대한 댓글, 게시물, 글, 영상 등
이렇게 해석해본다면 사람들이 이찬혁을 희화화하거나 평가 절하하는 모습은 정말 그 모습이 웃겨서, 아니면 정말 노래나 퍼포먼스가 별로여서일까? 아니면 단순히 이찬혁이 '악동 걔'라서일까? 아니면 이찬혁이 그동안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온 음악들은 정말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음악이었을까? 그 당시에는 괜찮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회의적인 감정이 들었을까? 아니면 원래부터 그랬을까? 이찬혁이 어떤 의도로 이 가사를 썼을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 해석한다면 그가 앨범 소개글에서 말한 맥락과 어느정도 이어지는 것 같다.
저 멀리서부터
중앙선을 삐뚤빼뚤 왔어요
사실 저 남자는
파란불에 횡단도 잘했어요
이미 일어난 일 그는 어떡해
아무래도 이찬혁은 문제가 없었나보다. 문제가 있었던 것은 저 멀리서부터 중앙선을 삐뚤빼뚤 온 사고 차량의 차주인 듯 하다. 단순하게 해석해보자면 '아무 문제 없던 이찬혁은 외부 환경에 의해 사고를 겪게 되었다'라고 해석해볼 수 있으며, 앞서 해석한 내용의 맥락과 이어 해석해본다면 '이찬혁의 음악, 퍼포먼스의 문제가 아니라 그를 평가하는 대중들이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해석해볼 수 있겠다. 추가로 저 멀리서부터 중앙선을 삐뚤빼뚤 왔다는 말을 이전부터 있어온 그에 대한 평가 정도로 이해해볼 수도 있겠다. 이를 통합해보자면 그가 남들이 보기에는 별난 행동을 하는 것이 그가 문제가 되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앨범 속 이찬혁은 죽었다.
이 '목격담'의 감상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앨범을 재생하자마자 들리는 다급한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들리는 강렬한 사운드. 마치 듣는 이로 하여금 사고를 겪은 듯한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확실히 어떤 사고가 일어나는 첫 시작을 알리는 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포인트이다. 그 다음은 'ooh'이다. 글로 보면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지만, 노래를 들어보면 이 끝 포인트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사람들이 놀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울부짖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는 묘한 사운드가 이 노래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되어준다. 덕분에 질리지 않고 들을 수 있는 포인트가 되어주는 파트이기도 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원래 나는 '파노라마'를 가장 좋아했고, 그것은 물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처음 들었을 때는 이 '목격담'이라는 노래가 사운드가 워낙 강렬했던 탓인지 손이 잘 가지 않는 곡이었는데, 이 앨범에 흥미가 생겨서 전곡에 대한 해석을 하나씩 해보다보니 이 앨범의 첫 곡이 왜 '목격담'일 수 밖에 없었는지, 사운드가 왜 강렬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차근차근 이해할 수 있었다. 덕분에 현재는 '목격담'도 내가 좋아하는 곡 중 하나가 되었다.
'목격담'의 사운드가 강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잠시 이야기해보자면, 앞서 말했듯 이 앨범은 곡 하나하나가 유기성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고부터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이는 죽음을 수용하는 단계, 즉 '퀴블러-로스 변화 곡선(The Kübler-Ross change curve)'를 통해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의 시작을 알리는 '목격담'은 사고가 일어나는 지점에 놓여있다. 사고는 조용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악뮤 걔'와 같은 유명인의 교통사고라면 더더욱. 심지어는 저 멀리서부터 중앙선을 삐뚤빼뚤 왔다니, 대형사고가 아니지 않을 수 없겠다. 요란하게 발생한 그의 사고가 격렬했던 만큼, 이 앨범의 시작이 강렬한 출발을 알리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다. 여기에서 미리 스포를 해보자면, 파노라마에서는 Denial, 즉 부정 단계의 절정에 다다르며, 그렇게 여러 단계를 거쳐 마지막 곡인 '장례희망'에서는 모든 것을 수용하고 '할렐루야'를 외치는 그의 모습까지 엿볼 수 있다. 이 단계를 생각하면서 앨범 전곡을 들어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아마 이 글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최근에 있었던 제 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본 이찬혁의 무대를 통해 유입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 역시 이를 통해 그의 노래가 다시 재조명받는 것이 기쁘다. 나는 그동안 이 앨범을 수없이 많이 들어왔으며, 이를 통해 이 노래를 나만의 것으로 해석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으며, 그 시간들은 충분히 유의미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이 앨범의 노래들이 나처럼 감명깊게 다가왔다면, 이 앨범을 충분히 들어보면서 본인만의 이야기로 재해석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앞으로도 이찬혁의 'ERROR' 앨범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목격담' 다음 노래는 'Siren'인데, 관심이 있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Siren' 분석 및 해석에 대한 글을 읽어볼 수 있다.
죽기 전 그의 절박한 외침, 이찬혁 - 'Siren' 분석 및 해석
지난 포스팅에서 이찬혁의 정규 1집 앨범 [ERROR]의 1번째 곡인 '목격담'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앨범에 있는 수록곡 순서에 맞춰 이번에는 'Siren'이라는 노래에 대해 분석하고 해석해 볼 예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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